몇주전에 어스틴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주일아침에 내린 눈으로 동네마다 눈사람을 만들어놓느라 사람들이 신났습

니다. 어스틴에 십수년을 살면서 그렇게 멋지게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어찌나 멋지던지 예배

를 마친 후에 교인들과 함께 건물밖으로 나가서 사진도 찍고 눈사람도 만들었습니다. 나무가 순식간에 흰눈을 뒤집

어써서 멋진 겨울나무꽃처럼 되었습니다. 세상이 하얗게 옷을 갈아입은 것이 얼마나 눈이 부시던지 오랜만에 첫눈의

정취에 잠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노인도 다 함께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바

이러스로 집에만 갇혀있다시피하여 나갈 일이 없던 이들에게는 모처럼 누리는 축제의 시간과 같았습니다. 불꽃놀이

보다 퍼레이드보다 더 웅장하고 아름다운 축제였습니다. 타주의 지인에게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보냈더니 헐 텍사스

에 눈이라니 라는 멘트를 달아주었습니다. 늘 덥다고만 생각하던 이들에게 어스틴의 눈소식을 뜻밖의 사건처럼 비쳐

보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주에 들이닥친 한파는 그 추위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춥습니다. 십수년간 어스

틴에 살면서 그렇게 온도계가 내려간 일은 본적이 없습니다. 어떤 이는 백년만에 추위라고도 하고 텍사스가 기후관

측한 이래로 가장 추운 날씨라고 합니다. 화씨로 마이너스 3도라고 하니 썹시로는 영하 18도쯤 될 것 같습니다. 바깥

에 서있기만 해도 몸이 얼어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보스톤이나 캐나다의 추위가 이곳 어스틴까지 내려

온 것 아닌가 할 정도로 매서운 추위가 며칠째 우리의 말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학교와 직장은 모두 재택근무령이 내

리고 재설을 위해 빙판도로는 봉쇄를 한 곳도 눈에 띕니다. 비가 오자마자 영하로 떨어진 통에 도로바닥에 블랙아이

스가 형성되어 곳곳마다 수십중 충돌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차들이 엉금엄금 기다시피 가는것을 보니 정말 오랜만에

고국의 겨울 기분이 물씬 납니다.

지난해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전세계의 배기가스량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그로인해 지구온난화가 잠시 멈춘

 탓으로 이런 매서운 추위가 온 것같기도 합니다. 겨울다운 겨울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뿐 아니라 야생동물들이 사람

들이 갑자기 조용해진 틈에 사람들의 거주지에 침범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하니 그동안 인간세계에 밀려 점점 좁아지

기만 하던 야생동물들이 모처럼 서식영역을 되찾는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그동안 인간이 하나님께서 주신 자연을 활

용하는 단계를 넘어 파괴하는 단계까지 갔으나 이제는 균형있게 사용하지 않된다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된 기회도 되

었습니다. 지금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이지만 환경파괴를 멈추지 않으면 나중에는 기후와의 전쟁이나 공기와의 전쟁

을 치루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만나를 원망하고 불평할 때 징

계를 받았습니다. 감사함을 잃으면 상실의 손실을 입게 됩니다. 감사함이란 은혜로 주신 것에 대한 인정과 헌신이라

고 할 수 있습니다. 애굽의 종살이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근본적인 감사를 잃으면 원망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