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2-14 02:36
필자의 아침 찻집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3,245  
목양칼럼   2015. 2. 15.
 
  필자가 아침마다 자주 들르는 커피집이 있습니다. 실제로 커피집은 아니고 베이글 파는 빵집인데 여러 커피메뉴가 나와있어서 커피를 한번 사면 무제한으로 셀프로 뽑아 먹을 수 있어서 참 좋아합니다. 우선 커피가 마일드하여 좋아합니다. 필자의 취향은 거의 커피를 숭늉수준으로 먹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그런걸 아메리카노에 가깝다고 하더군요. 새벽기도회를 매일아침 인도하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지도 벌써 이십년이 되어갑니다. 고국교회에서부터 시작된 이 새벽습관은 어스틴에 와서도 벌써 십년이 넘었으니 별다른 일이 없는 한 평생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새벽에 함께 기도회를 마친 교우들과 차한잔함으로써 하루일과를 시작하게 되는데 그런 규칙적인 습관때문인지 잔병치레없이 대체로 건강하게 지냅니다. 아마도 교인들이 목사인 필자를 위해 많이 기도해주시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건강에 뒷받침되지 않으면 목회사역하는데 많은 지장이 있겠지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매일 일어나는 기상시간이 일년삼백육십오일 일정한 것이 건강에 매우 좋은 습관이라고 하더군요. 주님의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몸에 배인 습관인데 덤으로 건강에까지 도움이 된다니 여러모로 감사한 일이지요.
 
  자주 들르는 커피집에는 필자처럼 단골이 많습니다. 어떤 이는 갈때마다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 사람은 매일 출근하듯이 오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한쪽에서는 베이글을 따끈하게 구워서 먹는 사람들이 주문하느라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다른쪽에서는 주문한 빵을 담아 급히 출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휴가중에 나왔는지 아주 편한복장으로 산책을 나왔음직한 사람들도 있지요. 학교가는 길에 급히 들렀는지 학생복에 가방을 둘러매고 나와서 빵을 받아 뛰어나가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아침빵집은 그래서 참 생동감이 있습니다. 필자가 가는 그 단골집도 출입한지 십년째가 되었습니다. 십년전 처음 어스틴에 와서 차한잔 마시러 아는 분들과 함께 간후로 이래저래 정이들어 부드럽고 따끈한 키피한잔이 생각나면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아침에 필자의 단골찻집에 들러봅니다. 아마 주인도 여러번 바뀌었을 것같고 일하는 직원들은 무수히 바뀌어서 얼굴도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생동감넘치는 아침을 만날 수 있는 찻집으로 여전히 필자의 발걸음을 붙잡곤 합니다. 아직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아침부터 그 찻집은 문을 엽니다. 그래서 어떤 날에는 동이 터오는 것을 차를 마시면서 보게 되는 날도 있습니다. 때로는 비가 억수같이 쏱아지는 아침에는 차를 마시는지 비를 마시는지 차와 비가 마음에서 혼연일체가 되는 기분이 들때도 있습니다.
 
  십년전이나 지금이나 실내 인테리어조차 거의 변함이 없는 그 필자의 아침찻집은 그렇게 아침에 따끈한 차한잔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오늘도 편안한 벗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너무 오래된 탓인지 어떤 의자는 앉는 부분이 헤어져서 가죽표면 부분에 실금이 보일 정도이지만 필자는 오히려 그런 세월의 흔적이 더욱 편안함과 정감을 주기만 하니 한번 맘에 들면 쉽게 잘 바꾸지 못하는 성격탓인 모양입니다. 그렇게 자주 차를 마시는 이들 중에는 벌써 세상떠난 분도 있고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타주로 이사떠난 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오늘도 그 아침찻집에서 함께 따끈한 차한잔으로 얼은 몸을 녹이며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고 있지요. 새벽에 기도하는 일도 감사한 일인데 이제는 차한잔의 여유까지 덤으로 주시는 주님의 은혜에 늘 감사하게 됩니다. 매일 새벽 성전의 문을 가장 먼저 열고 들어와 기도하는 일은 필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큰 축복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침에 차한잔을 함께 나누는 벗들까지 주시니 외롭거나 고독할 시간이 없습니다. 주님과 교제하면 돌아서서 교인과 교제하고 끝나면 사역과 교제하니 날마다 교제하느라 바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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