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평화의 시대가 저물고 점점 전쟁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여전히 추석명절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
하게 해줍니다.
우선은
보름달이 푸근하게 밤하늘을 채우고 멀리 흩어져 있던 가족들 자녀들이 한자리에 모
이는 설레임이 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추석에 가족들이 모여 함께 하는
행복이 충만해지는 순간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살벌한 경쟁사회와 고달픈 인생살이에서 어느 한곳 마음
붙일 곳
없는 현실 속에서 추석명절은 그래도 깊이 숨을 들이마실 수 있고 잠시 웃음꽃이 피어나는 것며 늘
그리워하던 이들을 눈 앞에서 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고국을 떠나 사는 타향살이 아니 타
국살이(?)에야
말 할 것도 없습니다.
귀성차량과
귀경차량으로 고국의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는다는 소식을
듣기만 해도 부러운 것이 이민생활일 것입니다.그래서
추석에는 교회에 모여 교인들과 함께 명절음식을 나
누며 타국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가족들을
보기 위해 비행기며 자동차를 이용하여 대륙을 가로질러 먼 여행
을 마다하지 않는 그 열정에서 사랑을 느낍니다.
명절에는
부모형제가 한자리에 모여 건강과 안부를 나누며
혈육의 정을 나누게 되는데 이 순간에는 전쟁이고 경쟁이고 실적이고 실패고 다 잊어버리고 오직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위로를 받습니다.
돈버는
이유 일하는 이유가 그렇
게 생명을 나눈 가족들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에 있으니 한해추수를 거두는 수확의 계절에 찾아오는 추석명
절에 흩어져 살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은 다른 행복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리에게 큰 기쁨을 줍니
다.
요즘
고국에서는 추석명절에 차례를 드리지 않고 가족상봉만 하고 돌아오는 이들이 절반을 훨씬 웃돕니다.
추석에
조상묘에 가서 성묘하는 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화장문화가
확산된 탓도 있는지 명절에 이제
는 돌아가신 조상보다 살아있는 가족을 보고오는 명절로 정착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곳
미국의 명절이 그
렇습니다.
기독교문화탓에
제사가 없는 이들에게는 명절에 묘지에 간다는 개념이 없습니다. 세상떠난
이들
을 보러 묘지에 가는 이들도 평소에 가는 경우가 많고 명절에는 가족들이 모여 바베큐를 구워먹거나 파티
를 하는 날로 보냅니다.
사람사는
것은 어디나 다 같은 법이라서 이곳 이웃들도 명절에 자녀들을 데리고 부
모님댁을 방문하는 것은 매우 평범한 일상입니다.
손자손녀를
문앞에서 반기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보는 일은 이웃에 빈번합니다. 이웃에
자녀들이 찾아와 즐겁게 명절을 보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슬그
러미 부러움이 밀려들곤 합니다.
세딸이
모두 커서 집을 떠나 지내고 있으니 명절에 아이들이 집을 찾아올
날만 기다리느라 달력에 날짜가 얼마나 남았나 셀때가 있는 걸 보니 어느덪
그리움이라는 새로운 증상(?)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과거
필자 젊은 시절에 부모님 댁에 명절에 가면 집안팎을 깨끗하게 청소하시고 음식
냄새가 집안 가득한 것을 보고 자식이 오는데 무엇하러 이렇게
수고하시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나이가 되어보니 절절하게 그 심정이 느껴집니다. 부모님도
그렇게 그리우셨던 것입니다.
이번
추
석에도 아이들이 찾아온다는 설레임에 벌써 발걸음은 아이들과 함께 먹을 음식재료 구입하러 마켓을 향합
니다.
추석에
찾아온 딸들과 밥한끼 먹는 것처럼 큰 행복이 어디 있을지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는 말처럼 이번 추석도 밤하늘을 꽉 채운 둥근 보름달처럼 감사 보름달이 필자의 마음에도 두둥실
가득 떠오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