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왔지만 여전히 낮에는 체온을 넘은 뜨거운 온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새벽이나
밤에는 상
대적으로 서늘하여 가을냄새가 물씬 나는 가운데 교회마당 뜰에서 자라는 붉은 백일홍꽃과 노란 해바라기
가 강렬한 색깔을 드러내며 여름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꽃은 여전히 꽃
의 아름다움을 발하면서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작은 해바라기가 눈에 띄게 건강
하게 자랍니다. 해마다
여러 꽃들이 피었고 해바라기는 늘 주변에 밀려서 보조역할이었는데 올해는 주인공
역할이 되었습니다.
교회에
들어서는 이들마다 해바라기에 눈길이 간다고 합니다. 몇그루에서
십여개의 해
바라기 꽃이 뭉쳐서 피어있는 것이 멀리서 보면 멋진 그림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쪽
해바라기는 가지는
휘어져 앞으로 쏠려서 피어있는 것이 마치 키가 작은 해바라기처럼 꽃들이 모두 허리를 깊이 숙여 절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그 노란색이 워낙 강렬하여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 만큼 눈길을 끕니다. 긴
여름
동안 폭우도 여러번 쏱아졌고 심한 바람에 가지가 부러진 나무들도 많았는데 그 풍진세월을 용케도 견디고
지금 가을의 초입에 뜰을 환하게
밝히는 정원의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빈센트
반 고호의 그림에 자주 등장
하는 바로 그 해바라기로 고국의 해바라기에 비해 크기가 절반 밖에 안되는 작은 해바라기 이지만 관상용
으로는 들꽃처럼
질긴 생명력과 환한 꽃색깔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햅복하게 해줍니다. 아침이면
새들이 몰
려와서 꽃씨를 쪼아 먹기도 하는데 종종 해바라기 꽃을 통채로 떼어내어 바닥에 놓고 씨를 여러마리가 파
먹어 아주 해체시켜버릴 때도
있습니다.
해바라기씨가
새들에게도 상당히 맛있는 먹이가 되는 모양입니다.
고국의
큰해바라기에서 나오는 씨는 자주 먹어본 일이 있고 지금도 견과류로 인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해바라기 씨는 크기가 아주 작아서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다만 씨를 받아 이듬해 봄 다시 관상용 꽃
으로 땅에 심습니다.
고호미술관에
가면 여러 작품에 소재로 등장하는 이 작은 해바라기는 실제로 고호가 자신이 살던 집이나
병원 근처에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자주 화폭에 담았는데 고달픈 인생에 잠시나
마 위로를 주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누구나
흔하게 볼 수 있고 자라고 있었던 그 해바라기였기에 사람들에
게도 익숙했을 것입니다.
어릴때
집 뜰에서 자주 보았던 꽃이나 풀을 보면 왠지모르게 마음이 푸근해지고
추억에 잠기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고호도 그렇게 해바라기를 보면서
같은 느낌이었던 것입니다.
그래
서
거장의 명작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의 주인공이 된 것을 생각하면 진정한 명작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늘 존재하는 것들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사물을
가까이 관찰하면서 그리면 정물화가 되고 풍경을 집중해
서 그리면 풍경화가 되는데 사진처럼 움직이는 순간을 정지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동원하여 감정
을 이입하게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에술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화가가 직접 그린 그림을 보기위해
먼거리를 여행하여 관람료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손으로 붓을 이용해 그린 순간정지장면도 이렇게
마음을 위로하는데 그 모델(?)이
된 바로 그 해바라기를 이렇게 매일 아침 저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행
복일 터이니 오늘도 소확행에 기뻐하며 생명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