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뜰에 분꽃이 빨갛게 피어났습니다. 손바닥 만한 푸른 잎에 붉은색 꽃이 강렬하게 대비되면서 보는 이

들의 눈길을 빼았습니다. 이곳 어스틴은 오월이 우기라서 거의 하루 걸러 하루씩 비가 쏱아집니다.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고인 물들로 물보라를 일으키면 지나갈 정도로 비가 내리지만 한시간만 지나면 금새 바닥

이 말라서 오히려 시원한 느낌을 줄만큼 게릴라성 소나기의 특징을 보입니다. 이제는 하늘의 구름만 봐도

금새 비가 뿌리겠다고 알 정도입니다. 작년가을에 받아놓은 씨앗을 봄에 뿌렸는데 그 중에 분꽃씨앗도 조금

있었던 모양입니다. 백일홍과 아주까리와 장미꽃 사이를 비집고 기어이 자신의 영토(?)를 차지하고 나섰습

니다. 그 생존의지가 가상하여 누구나 눈길을 줍니다. 특별히 손이 가지도 않는데 질긴 생존력으로 다른 꽃

들과 당당히 견주면서 자신의 붉은 꽃을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사실 그 뜰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었는데

자신의 실력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과 같습니다.  영어로는 four o’clock flower 라고 부르는데 오후에

활짝펴고 아침에 진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붙인다고 하네요. 이곳 텍사스 처럼 뜨거운 날씨와 부족한 비에

서도 생존력이 강하다고 하니 좁은 틈도 비집고 들어가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것을 보니 인정할만 합

니다. 하루에 한번씩 활짝 폈다가 잔뜩 오므렸다가를 반복하는데 한번 피면 떨어질 때까지 그 상태를 유지

하는 다른 꽃들과 다르게 적응력이 남다릅니다. 그래서 쉽게 꽃이 지지 않고 오랫동안 팽창 수축을 반복하

면서 스스로의 생존을 지킵니다. 그래서 가끔은 분꽃에게서 배울점도 있습니다.

하비스커스라는 꽃이 있는데 우리말로는 아메리카 무궁화꽃입니다. 이 꽃은 한번 활짝 편 후에는 그대로 말

려서 떨어져 버립니다. 벛꽂이 활짝 편후에 편채로 그대로 꽃잎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과는 다르게 꽃잎이

도르르 말려서 떨어진다는 점이 다르지만 일단 한번 꽃이 펴지면 반드시 바닥에 떨어진다는 점은 같습니다.

대신 가지에 새로운 꽃봉오리들이 계속 피어나오기를 게절이 다할 때까지 반복되어 같은 꽃은 아니지만 다

른 꽃들이 항상 피어있는 것같은 효과를 냅니다. 마치 꺼진 불인줄 알고 돌아섰는데 다시 보니 불꽃이 다시

일어나는 것 같과 같습니다. 그래서 무궁화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입니다. 이에반해 분꽃은 수명이 다해서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꽃이 펴고지고를 매일 한번씩 반복하면서 동일한 꽃이 계속 생존한다는 점이 독특합

니다. 무궁화가 후손들이 끊이지 않고 새롭게 피어나는 방식이고 벗꽃이 동시에 꽃이 피어나 압도하다가 한

꺼번에 낙화하여 불이 꺼지는 것 같은 불꽃놀이 방식이라면 분꽃은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가게문을

열고 닫으면서 오래 영업을 하는 동네구멍가게 방식입니다. 화려한 연극무대 조명같은 벚꽃이나 인해전술

같은 무궁화꽃이나 출퇴근같은 분꽃이나 서로의 방식은 다르지만 오월의 정원을 아름답고 싱싱하게 수놓는

멋진 꽃들의 향연임에는 틀립없습니다. 이렇게 작은 식물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사명을 충실하게 수

행하고 있는데 하물며 조물주의 형상을 닮은 우리들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지요. 오늘도 열심히 자신의 아

름다운 색깔을 힘차게 드러내며 주님께 찬양합시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