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고국에서 선결제기부가 유행이 되기 시작했는데 어려움에 처해있거나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
들을 위해 먹을 거나 마실 것을 가까운 가게에 결재해서
기부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문화입니다. 생각이
참신한 것이 주변가게들의 매상도 올려주고 참가자들이 실제로 먹고마실수 있게 한다는 면에서 모든 이들
이 다 유익하고 흐믓한 방법인데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라도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게 되면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이 찾아오고 많은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얼마전
고국에서 게엄에 반대하는 이들이
국회앞과 시내에 몰려나와 한달넘게 시위를 했는데 이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참가자들을 위해 먹고 마실
것을 주변
가게들에 선결재 기부하는 행렬이 이어졌고 이전에 생각해 보지 않았던
방식이어서 젊은 세대
가 역시 참신하다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LA
펠리세이즈
지역의 대형산불로 인해 일만채가
넘은 집들아 불에 타는 재해가 발생하자 한인들이 고국에서 유행하는 선결제기부에 열심히 참여하는 현상
이 나타난
것입니다.
재해지역
근처에 있는 음식점이나 편의점에 전화를 해서 혹 재해를 입은 이재민들이
나타나거든 돈을 받지 말고 생필품과 음식을 정한 액수만큼 무료로
제공하라는 주문을 하고 신용카드로 미
리 기부금을 그 가게에 결재해주는 이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당연히
한국분들인데 지역사회가 깜짝 놀랐지
요. 지금까지
미국의 기부문화는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것으로 알려져있고 상당히 제도화되어 있는데 이번
에 한인들의 선결재 기부는 이들이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참신한 것이어서 무릎을 치게 된 것입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한인들의 선결제 기부한 가게에 가서 이재민도 아님에도 물건이나 음식을 대량으
로 받아가는 일이 일부 발생하였지만 대부분
이재민들은 선결재로 제공된 음식과 생필품에 놀라움과 고마
움을 연신 표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재해가 나면 이곳에는 빈 가게나 집에 들어가 도둑질하러 다니
는 사람들이 나타나곤 하는 일이 늘 발생하여 치안부재 상황이 되는 문제까지
겹쳐서 그만큼 미국사회의
계층갈등이 크고 사회통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한인기부자들 중에는 자신의 가게에
쌓여있는 생필품을 트럭에 싣고 아예 재해지역에 달려가 길바닥에 풀어놓고 무료로 가져가라고 한 뒤 돌아
가는
이들까지 있으니 처음보는 이런 모습에 사람들이 너무나 신기해 하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재해상황이
되면 구호활동은 당연히 국가기관의 일이어서 소방서나 경찰 혹은 지방정부 요원들이 나타나 지원활동을
하는 것만 보아왔던 이들에게
한인들의 이런 현장지원은 대단히 신선해 보이는 모양입니다. 의로움을
최고
의 가치로 여기는 한국의 전통과 재해상황에서는 일단 돕고 보는 이웃돕기 기질이 이번에 터져나온 것입니
다.
아마도
과거 LA
폭동때
수천채의 동포가게가 불타는 것을 보면서 함께 지키러 나갔던 바로 그 사명감이
이번에는 거대한 산불로 이웃집이 수천채 불타는 것을 보며 같은
감정이 터져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
리
다투고 싸워도 전체를 집어삼키는 재해나 전쟁이 오면 우선 사람부터 구해놓고 본다는 우리조상들의 공
존의 튼튼한 전통이 이번에는 이민땅에서 발휘된
것입니다.
오랜
역경의 역사가 도리어 아름다운 기질을
만들어 주었으니 이웃의 아픔과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는 사랑의 하나님의
마음에
닿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