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다가오면 집앞에 성탄츄리 전등장식을 내어놓습니다. 그중에는
사슴모양의 아주 오래된 전등장
식이 한쌍이 있어서 해마다 길가쪽 앞뜰에
불을 밝혀놓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세 딸들이 사슴전등장
식에 불을 켜놓으면 캐롤을 흥얼거리며 즐거워했습니다.
이제는
다 장성하여 모두 집을 떠나 성탄절이 다
가오는데 그 멋진 사슴전등만 덩그러니 집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밤이면
온 동네가 화려한 성탄전등장식
이 켜져 마치 그림같이 아름답게 동네전체
야경이 환해집니다.
그런데
몇해전부터 사슴전등이 조금씩 고장
이 나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 전구에 불이 안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해마다 사용한지 이십년쯤
되었으니 지금까지 고장없이 잘 쓴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그래서
성탄절에 쓸만한 신품을 마련해 볼까하
여 마켓을 들려보았지만 마음에 쏙 드는 것이 없어서 되돌아오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때
그때 고쳐서
쓰고 있지만 아주 새걸로 바꾸면 더 성능도 좋고 모양도 세련되겠지만 이상하게도 오래된 사슴전등을 버리
지 못하고 올해도 다시 뜰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뼈대도
여기저기 연결와이어가 떨어지고 없어져서 고친데
도 있고 전구가 몇개는
고장으로 불이 안나오지만 그런대로 밤을 밝히는데 손색은 없습니다. 도리어
동네
에서 가장 오래된 스타일의 사슴전등이어서 제법
엔틱 대접을 받습니다.
그렇게
이사한번 못가고 한 집에
서 이십년을 넘게 살았으니 집안의 소품이나 물건이 죄다 긴세월 엔틱이 되었습니다.
올해도
새로운 사슴전등을 찾아보려고 나섰다가 빈손으로 되돌아오면서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단순한 장
식기능이 아니라 정서기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면서 해마다 보고 자랐던
물건이라서 바꾸고 싶지 않아 새걸 못사오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아이들이
휴식과 재충전을 위해 휴가차
쉼을 얻으러 집을 찾아올 때 자기들이 자랄때 보았던 물건을 만나면 반갑고 위로가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
에 버리지도
바꾸지도 못하고 스스로 붙들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미
사회인으로 장성
하여 두아이는 타도시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고 막내아이도
대학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으니 명절때나 방학
때가 아니면 집에 올 기회가 점점 줄어들게 되고 머무는 기간도 점점 짧아져 아이들이
쓰다가 떠난 방에 덩
그러니 남아있는 가구와 물건들은 주인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있는 것처럼 처량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거의
매일 아이들과 카톡으로 연락하고 전화로 목소리도 자주 듣는데도 딸들 소리로 가득했던 집안이 적막한 것
이 종종 이웃집에서 들리는 개짖는 소리와
어린애들 떠드는 소리와 절묘하게 대비됩니다. 아이들이
쓰던
방을 정리해서 완전히 다른 배치로 바꿔보고 싶을 때가 있지만 혹 아이들이 집에 와서 자기 방이 낯설까봐
아무것도 손대지 못한채 아이들이
나갈때 모양 그대로 두고 벌써 몇년째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빈둥지
지
키는 어미새의 심정이 바로 이것이겠지요. 새벽기도
나갈때면 한명씩 이마에 손을 얹어 체온도 체크할겸
잠시 묵상기도해 주었는데 아이들이 객지에 나가 힘들거나 몸이 아플때 아빠의 손길을 기억하고
힘을 내었
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전에는
함께 거하며 사랑했다면 이제는 떨어져있으면서도 사랑하는 법을 배울 나
이가 된 것이지요.
성탄절을
앞두고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실 때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을 느껴봅니다 그리
고 외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