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체온을 넘나드는 뜨거운 날씨가 추석이 지난 후에도 며칠간 계속되고 있습니
다.
이제는
시원해지려나하는 기대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여름의 심술이 만만치 않습니다. 다행히
이곳 텍
사스는 집집마다 강력한 에어컨으로 무장되어 있어서 지내기는 크게 어렵지 않지만 그래도 외부활동은 어
렵고 분명 달력은 가을을 가리키고
있는데 체감온도는 한여름입니다.
하지만
더위를 바라보는 마음은 느긋
해집니다. 아무리
늦더위가 거세도 얼마되지 않아 곧 서늘한 가을이 들이 닥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벌써
귀뚜라미들이 문 앞에 자주 출몰하고 있으며 새벽에는 이들의 합창소리가 귀청을 때립니다.
며칠전
추석때
밤하늘에 커다란 달이 떠올랐는데 얼마나 크게 보이던지 새벽에 나오면서 보니 거의 자동차 앞 유리창의
절반은 채우는 것 같았습니다.
한가위는
수확의 계절에 옵니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다가왔음을 알려주
지요. 그래서
지금 늦더위는 곧 맞이하게 될 황금물결의 가을들녁을 위한 마지막 고비처럼 느껴지고 덥기
는 하지만 셀레임도 묻어오는 더위입니다.
이렇게
강한 더위가 곡식들이 알차게 맺히게 하는 마지막 스퍼
트와 같습니다. 농사짓는
농부는 충분한 강수량과 충분한 일조량으로 좋은 열매를 얻게 될 기대로 얼마남
지 않은 기간동안 한해 농사지은 곡식들이 충실하게 영글어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대가 담긴
늦더위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늦게
철드는 이들이 있습니다.
철이
덜든다는 것은 때에 맞는 선택이나 판단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을 말합
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참아주고 기다려주고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다소 불편하고 번거롭지
만 시간이 지나면 성숙해질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철이
들지 않았다는 것은 자기만 알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른다는 뜻입니다. 이런
이들은 늦더위처럼 벌써 여름이 끝났는데 사람들을 덥고 지치게 합니다. 언제
철
드나 하는 생각이 나게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금새 철이 들어 타인을 배려하면서 괜찮은
사람이 됩니다. 약간
뜸들이는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들이라면 금새 공감하는 것으
로 철없이 천방지축 뛰기만 하던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조용해지고 차분해지고 어른스러워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야단을 치고 붙잡아두고 해도 고쳐지지 않던 습관이 어느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없어지고 멋있어지는 자녀를 보면서 보람으로 행복할 질때가
있지요.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람마다 성숙의
속도가 각각 다르므로 이럴때는 그냥 지켜보고 기다려주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시간이
필요한 것을 모르
고 당장 어떻게 바꿔보려고 애쓰다보면 거대한 풍차를 억지로 잡아 세워보려다가 날개만 부러뜨리고 공연
히 시간과 싸운 셈이 될
때가 있습니다.
자연스럽다는
말처럼 기다려주는 것도 주님이 주시는 지혜일 것이
니 오늘도 늦더위 속에서 가을을 기다리듯 기다려 봄이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