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에는 교회달력을 인쇄하는데 매달 한장씩 떼어내는 방식으로 벽걸이용과 탁상용을 만들어 나누어줍니다.

그런데 이제 올해 달력이 마지막 한장을 남겨두었습니다. 벌써 마지막 달이 되었고 이미 새해달력도 나왔습니다. 이

달 말에 올해달력이 있던 자리에 새달력이 대신 하게 될 것입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에 달력이 잘 나와있어서 벽에 걸

어놓거나 탁상용으로 책상앞에 세워놓는 달력이 그다지 인기가 없습니다. 과거에는 종이달력을 선물용으로 만들어서

나누어주는 곳이 많아서 여러 곳에서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새해달력을 주면서 송년인사를 하는 

것이 대세였습니다. 기업체는 물론이고 작은 가게들까지 달력배포는 필수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스마트폰 달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서 젊은 세대들은 인쇄된 달력에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 아날로그 세대에게는 

매달 달력을 쳐다보아야 세월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무리 핸드폰 카렌다가 편리해도 역시 벽에 걸어둔 달력이 매달

한장씩 떨어져 나가는 것을 봐야 시간가는 것이 실감납니다. 그런데 올해초 걸어둔 달력이 이제 달랑 한장을 남겨둔

것입니다. 연초에 시작할때는 묵직하고 두툼했던 달력이 매달 한장씩 떼어내다보니 이제는 초라하게 얇은 한장만 남

은 것입니다. 세찬바람이 부는 날 마지막잎새를 보는 것 같습니다. 올해도 세월이 그렇게 빠르게 지났구나 하는 생각

으로 가슴이 쓸쓸해 집니다.  

필자의 책상 위에 세워둔 탁상용 작은 달력에는 올해도 빼곡하게 지나간 시간의 기록들이 가득합니다. 책상에 앉으면

눈높이에 잘 보이는 위치에 있다보니 한달 혹은 한주 앞의 기억해야할 약속이나 예약 등을 적게 둡니다. 다른 곳에 적

어두면 바쁜 중에 잊게 되는 일이 많다보니 매일 한번은 앉게 되는 책상위에 적어놓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릅

니다. 정말 정신없이 달리다보면 중요한 약속을 까맣게 잊을 때가 있는데 책상 위에 눈높이에 있는 달력을 보는 순간

약속시간이 생각이 날때가 있어서 그 작은 달력하나지만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점점 해야할 일이 많아지고 연락

할 곳이 다양해지다보니 이렇게 기억하기 좋은 도구가 있어서 참 도움이 됩니다. 한번은 몇주전에 정해놓은 영상회의

시간을 탁상용달력에 적어놓았는데 여러가지 긴급하고 바쁜일에 쫓기다보니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가 불과 오분

전에야 깨닫고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영상회의였으니 망정이지 운전해서 찾아가야 하는 대면회의였으면 크

게 낭패를 볼뻔 했습니다. 그날 다른 약속을 적기위해 늘 하던 습관대로 미리 몇주 후의 일을 적다가 그날 회의를 발

견하고 불이나케 컴퓨터를 켜서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회의도 많고 병원에 무엇을 검사하러 방문하거나 집에 고장난

데를 수리하러 오는 일도 모두 예약으로 이루어지다보니 거의 매일 약속을 확인하지 않으며 시간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렇게 그 작은 소품 하나도 매일의 일상에 꼭 필요한 존재이니 범사에 감사하게 됩니다. 달력을 차례로 넘겨보니 올

한해 얼마나 많은 일들이 곁에 있었는지요 그리고 주님께서 그때마다 얼마나 큰 평강의 손길로 지키고 계셨는지 고백

하게 됩니다. 이제 마지막 한장 남은 달력에도 주님의 함께 하시는 은혜로 채워질 것을 알기에 더욱 애틋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