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가 왔습니다. 긴 여름이 지나고 추수를 앞두고 고국은 민족 대이동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설날과 추석은 이

미 고국의 대표명절이 되었습니다. 일제시대에 민족명절을 없애보려고 설날을 구정이 아닌 신정으로 지키게 해보았

지만 오랜 명절을 지키는 전통을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새해를 맞아 가족을 찾아보는 설날이 겨울명절이라면 수확을

앞두고 다시 한번 가족을 찾아보는 추석은 가을명절이라고 하겠습니다. 명절때 부모형제를 찾아오는 이 아름다운 전

통은 가족사랑을 몸으로 확인하는 기회가 됩니다. 한해 적어도 두어번은 흩어진 가족과 형제들이 다시 모여 얼굴을

보면서 며칠을 함께 지내고 돌아오는 일은 삶의 보람과 행복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삶이 고달프고 어려울 수록 가족

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은 더욱 커져가고 역경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귀성행렬이 몰리는 때에는 차가

밀리고 밀려서 두세시간 거리를 열댓시간을 거북이 걸음으로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길바닥에서 대부분 시간을 허비

하고 피곤에 지쳐 기진맥진 하면서도 오랜만에 찾아올 자녀들을 기다리는 부모님의 모습을 생각하며 행복한 마음으

로 귀향길에 오르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임으로 가득합니다. 이것이 추석과 설날의 힘입니다. 돌아오는 길 역시 피곤

하고 지치지만 가족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보람과 감사로 재충전의 상태가 되는데 이것 또한 삶의 큰 활력이 됩니다. 

국가경제적으로도 수도권에 몰려있던 재화가 명절기간에 전국적으로 분산되는 효과가 있어서 시골구석 구석의 구멍

가게(?)들까지 대목을 맞고 수입이 크게 늘면서 각종 식품과 선물상품 등이 날개돋친 듯 팔리면서 관련산업의 선순환

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여전히 아직도 더위가 뜨겁게 계속되고 있지만 추석명절이 지나고 나면 가을이 완연해지고 더위가 쑤욱 물러가는데 

새로운 계절이 들어선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절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송편입니

다. 가을의 초생달을 닮은 모양으로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떡이지요. 쌀가루를 반죽하여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오손도손 송편을 함께 빚는 모습은 모든 이들의 로망입니다. 가족들이 명절에 만날때마다 새로 태어난 손주들이며 결

혼하여 가정을 이룬 자녀들까지 항상 가족맴버의 변화와 환영의 시간이 되기도 하고 입학 취업 결혼 출산 등 가족구

성원의 변화에 대한 신고도 함께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교인들은 출가한 자녀들이 찾아와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지요. 한번 품을 떠난 자녀들이 다시 부모의 곁에 돌아와서 어린시절의 가족의 모습이 

되살아나는 것도 추석명절의 큰 기쁨입니다. 요즘엔 송편만드는 일이 쉽지 않아서인지 가족들이 모이면 민속촌이나 

동네자치단체에서 송편빚기를 행사로 여는 곳이 많습니다. 과거에는 방아간에서 쌀을 찧어다가 가족들이 함께 모여 

송편빚기를 했는데 이제는 행사장에 가서 가족들이 참여하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송편빚기는 모든 이들의 감

성을 깨워주는 힘이 있어서 이민자들 조차 송편을 입어 넣으면 당장이라도 어린시절 추석명절의 기분이 확 살아나는 

것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추석에는 교인들끼리 송편을 조금씩 나누어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송편나눔

을 통해 팍팍한 생활속에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쁨을 나누고 싶은 것입니다. 송편 한조각에 은혜를 실어 나눠봅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