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9-16 10:44
아주 반가운 빗소리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649  

무려 세달 만에 단비가 내렸습니다. 체온을 넘는 뜨거운 더위에 한방울 비라도 아쉬운데 올 여름에는 얼마나 매몰차


게도 비소식이 없었던지 들풀이건 잡초건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올해처럼 잡초가 깡그리 말라비틀어졌던(?) 해는 드


문 일입니다. 그만큼 비가 없었다는 말입니다.  호수도 냇가도 거의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말랐습니다. 나무들 중에


뿌리가 약한 것들은 선채로 말라죽어 버렸습니다. 가뭄이 어떤 건지 확실히 보여준 해였습니다. 제한급수는 당연하고


끝없이 치솟는 전기사용량으로 시에서 제발 전기사용을 줄여달라고 마지막 한달은 날마다 시민들에게 줄메일을 보냈


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절약한다고 해도 식수를 줄일 수도 없고 에어컨을 안 돌릴 수도 없는 맹렬한 더위라서 마치 광


야를 통과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원래 이곳 텍사스 특별히 어스틴의 날씨는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한주에 한두번씩


은 게릴라성의 폭우가 돌아가면서 여기저기 쏱아져내려 뜨거워진 땅을 시원하게 해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몹


시 더운 온도지만 그런대로 시원한 기분이 드는 곳이었는데 올해는 그런 기능이 아주 멈춰버린 것 같았습니다. 화로


가 한번씩 쉬어야 하는데 하루종일 쉬지않고 보일러가 돌아가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얼마나 더위가 센지 모기도 거


의 볼 수 없을 정도였고 거의 건식싸우나 안에 그대로 세달동안 들어가 앉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맹렬


하던 더위도 계절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비한방울 없던 하늘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쏱아져 내리기 시작


했습니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바울 소리에 귀가 번쩍 뜨일 정도였으니 얼마나 목마르게 기다리던 비였는지 모릅니다.


함께 있는 이들과 함께 힘찬 박수를 보냈습니다. 와 비다! 하고 말입니다. 세상에 비가 내린다고 박수를 쳐보기는


참 오랜 만입니다. 반가우면 박수가 저절로 쳐지니 정말 반가운 빗소리였던 것입니다



그날부터 며칠째 아침저녁으로 소나기가 계속 쏱아지고 있습니다. 온도는 훨씬 시원해졌고 말라죽어가던 나무들은


벌써 살아나는 소리(?)가 쩍쩍 하고 들리는 기분입니다. 가물에 콩나듯 며칠에 한번씩 물을 얻어먹던 집앞에 거의 고


사직전까지 몰렸던(?) 잔디밭의 잔디도 쑥쑥 키가 올라왔습니다. 소나기가 쏱아질 때는 문앞에서 몇걸음 앞에 있는


차까지 걸어가는데도 완전히 샤워기로 물을 들어붓는 수준이라서 우산을 써도 별 도움이 안되어 거의 옷이 다 젖고


맙니다. 운전할 때 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쏱아져 내리고 차들이 모두 엉금엉금 서행을 하지만 모두 기분이 좋


아보입니다. 얼마만에 내리는 단비인지 모든 이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단비 중에 단비인 겁니다. 그렇게 며칠


동안 내리면 말라버린 호수와 강 그리고 냇가들에 물이 다 채워질 것 같습니다. 간신히 숨이 붙어있던 초목들도 거의


살아날 것입니다. 숨죽이며 연명하던 들짐승들도 하나 둘씩 활동을 재개(?)하게 되겠지요. 전쟁과 재해 그리고 질병


과 범죄로 얼룩져버린 세상에서 숨쉬기조차 힘들어하는 인생들에게도 주님께서 이렇게 시원한 은혜의 단비를 내려주


시기를 새벽마다 구해봅니다. 주여저희에게 은혜와 위로의 단비를 부어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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