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어스틴지역 나무들이 수난을 겪었습니다. 필자가 이곳에 이십년 사는동안 처음보는 일입니다. 겨울엔 한번씩

추위가 오고 길이 얼거나 정전이 되어 사람들이 고생하는 경우는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수만그루의 나무들이 목이 부

러지거나 가지가 부러져 집 안팎은 물론 도로마다 차고 넘치는 것은 처음 봅니다. 온도가 그렇게 낮은 것도 아니고 간

신히 영하로 내려갔는데 비가오는 바람에 나무가지와 잎사귀들이 고드름이 매달린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나무들

이 태어나서 그렇게 무거운 무게는 처음 경험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일톤트럭을 머리에 이고있는 기분이었을 것

같습니다. 하루는 버텼지만 다음날에도 온도가 오르지 않자 나무들이 밤새 여기저기 부러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

두둑 뚝뚝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무가지들이 바닥에 떨어질때마다 붙어있는 얼음덩어리들가지 함께 떨어져서

굉음을 내기도 합니다. 자동차를 덮치고 집의 지붕이 훼손된 곳도 많습니다. 담장펜스가 망가진 곳은 셀수도 없이 많

습니다. 날이 밝자 거리는 폭격을 맞은듯이 여기저기 나무가지들이 쏟아져내린 곳이 많아 차들도 가지들을 피하느라

엉금엉금 지나야 했고 나무를 치우려고 사람들이 전기톱을 찾느라 마켓에 동이 나기도 했습니다. 나무자르는 업을 하

는 이들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여기저기 전화통에 불이 났으며 나무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차에 달고가는 수

레를 빌려주는 곳에는 벌써 주문이 꽉차서 수레를 구할 수 없습니다. 한주가 지나는 데도 여전히 손도 대지못한 곳이

대부분인 것을 보니 바닥에 떨어진 나무가지들을 도로와 집주변에서 모두 치우는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

다. 덕분에 도시 전체에 퍼져있는 수십년간 자란 큰 나무들이 깔끔해진 것 같습니다.

가장 고생하는 이들은 한주가 넘도록 정전이 되어 호텔이나 친구집에서 지내고 있는 이들입니다. 이곳은 정전이 한번

되면 복구가 빠르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냉장고음식을 다 버리게 되고 추운날씨에 난방이 안되어 고

생을 심하게 합니다. 겨울에 눈폭풍이 오거나 나무가 얼어서 얼음무게에 못이겨 이번처럼 대거 부러지는 날에는 넘어

지는 무거운 나뭇가지들이 여기저기 전기줄을 잘라 곳곳에 정전이 많이 됩니다. 고국은 전기선이 거의 지하화되어 있

지만 이곳 텍사스는 땅이 넓고 밀집된 곳이 많지 않아서 오래전부터 해오던 대로 대부분 지상에서 전봇대로 전기선을

연결합니다. 게다가 이곳 어스틴은 숲이 많고 키가 큰 나무가 많은데 나무속이 부드러운 탓에 나무잎에 고드름이 잔

뜩 매달리는 날에는 여지없이 큰 가지들이 쭉쭉 찢어지고 부러집니다. 그런데 동네의 전기선 주변에는 거의 큰 나무

가지들이 붙어있는데 이것은 나무를 함부로 자를 수 없도록 한 법때문에 대개 전기줄이 가지와 함께 붙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시내 전체의 전기선 옆의 나무가지들을 모두 잘라버리면 쉬울텐데 여기는 그렇게 하는

법이 없습니다. 지내는데 조금 불편해도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살리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나무도 수난이고 사

람도 수난이지만 꼭 필요한 만큼만 자르고 기다리면서 그렇게 있는 그대로 함께 지내는 것입니다. 함께 공존하는 삶

은 늘 적당히 불편하기도 합니다. 주님도 우리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셨으니 우리도 조금 불편하게 지내보는 것도 괜

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