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령 귀뚜라미가 밤마다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아직도 낮기온은 뜨거워 밖에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덥기만 한

데 밤에는 귀뚜라미 소리가 마음을 서늘하게 해줍니다. 찾아보려고 가까이 가면 소리를 안내고 조용히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만다시 멀어지면 어김없이 자신의 소리내는 사명을 열심히 합니다.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귀꾸라미가 내는

소리와 가을의 냄새가 어찌나 그렇게 조화가 잘 되는지 어찌들으면 처량맞기도 하고 다르게 들으면 청량한 맛이 느껴

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귀꾸라미가 나타났다는 것은 여름이 끝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뜨거운 날씨와 씨름하다가 지

칠만 할 때 쯤에 어느날 불현듯 등장하는 작은 전령은 곧이어 머지않아 가을이 들이닥칠 것을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마치 작은 종을 흔드는 것 같은 일정한 패턴의 소리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키거나 집중시키기 보다는 완화시키

고 쉬게 해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고 듣다가 잠들기 좋은 음악같습니다. 여름에 나타나는 풀벌

레들에게서는 들리지 않는 특별한 음악이 가을의 전령에게서 들리므로 우리는 해마다 계절의 변화 앞에서 다시한번

회복을 경험합니다. 어스틴에 이십년정도 살면서 가을이 되면 두가지 상념이 찾아옵니다. 또다시 긴여름을 무사히 보

냈구나하는 마음과 이렇게 세월이 흘러 곧 한해의 마지막이 오고 또 한해가 지나겠구나 하는 마음입니다. 지금 나타

난 귀뚜라미는 지난해에 울어대던 녀석들은 아닐 것입니다. 그 자손들이겠지요. 그런데 하는 역할을 정확하게도 자신

들을 낳아준 이들과 같습니다. 자연에서 하나님께서 맡기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같은 곤충인데 귀뚜라미는 우언가 시적인 맛이 있습니다. 바퀴벌레나 사마귀 같은 곤충은 보기만 해도 긴장이 됩니

다. 아마도 해충이라는 이미지가 커서일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가을에 접어들면 떼로 몰려드는 메뚜기들은 골치

거리입니다. 해마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시커먼 메뚜기떼들이 쇼핑몰이나 가게 등의 입구에 까맣게 자리잡고 있는 모

습을 종종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상기온때문에 개체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경우라고 합니다. 고국의 메뚜기

는 브라운색이고 대체로 벼에 붙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가을철 벼가 익을때 곡식을 갈가먹기때문에 논에 가야 볼수 있

습니다. 그런데 이곳 텍사스의 메뚜기들은 아주 까맣게 생긴 것이 건물의 문앞에 수북히 모여 있는데 들어와봐야 먹

을것도 없는 건물에서 굶어죽기만 할텐데 안타깝기만 합니다. 거기에다가 추위가 한번 들이닥치면 밖에서 그대로 얼

어죽기 일쑤 입니다. 가을에 건물의 문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곤충으로는 귀뚜라미와 메꾸기

가 일반인데 청아한 소리를 내는 귀꾸라미는 들을만한데 소리도 못내는 메뚜기는 미움(?)만 받으니 자기들은 조금 억

울할 것 같습니다. 새벽에 교회에 들어올때 귀뚜라미 소리가 필자를 반깁니다. 그렇게 올해도 가을이 찾아오고 있습

니다. 이렇게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자연이 생명이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벌레는 소리로 주님을 찬양하고

우리는 입술로 그분을 찬양하니 미물의 소리조차 우리에게는 주님을 찬양하는 반주가 되니 언제나 모든 일에 감사드

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