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사는 텍사스가 지금 들꽃이 만발하였습니다. 고국의 벗꽃과는 많이 다르지만 텍사스 들판의 들꽃도 무척 눈부십니다. 온통 초록

으로 뒤덮인 들판에 보라색과 노랑색 분홍색 들꽃들이 장관을 이루어 운전중에 주위가 산만할 지경입니다. 하늘의 푸른색과 어찌나 조화

가 되는지 캔바스를 들고나와 그림이라도 당장 그려야 할 심정이 됩니다. 한번 시작되면 몇분간 계속 차창으로 계속 보이는 들꽃바다는

 심신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기에 충분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들꽃은 낱개로 보면 그다지 화려하지 않습니다. 너무 평범해서 실

망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군집을 이룬 상태로 보면 이보다 더 멋진 그림이 없습니다. 단지 들꽃의 무리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은 초록의 풀들과 거대한 휘장이라도 내린 것같은 파란하늘과 용광로에서 막 꺼낸 것 같은 황토색 토양이 동시에 어우러

지는 독특한 효과를 냅니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금새 고호의 그림으로 바뀔 것 같은 착각이 들정도입니다. 이전에는 고국의 자연만 더 강

한 기억이었는데 오래 살고 있어서인지 이제는 텍사스의 봄과 꽃들도 못지않게 강한 색으로 다가옵니다.

교회 뜰에 자라는 작은 분홍색 장미는 그 가녀린 몸에 얼마나 많은 꽃을 매달고 있는지 거의 추수때 벼이삭처럼 완전히 바닥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강렬한 연분홍이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확실히 사로잡고 있습니다. 아하모멘트를 적지 않게 주고 있는

 것입니다. 꽃이며 나무들이 봄을 맞아 자신들의 고유의 모습을 한껏 뽐내는 것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국은 지금 미세먼지에

황사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곳은 너무 공기가 좋아 도리어 각종 나무들이 뿜어내는 꽃가루로 알러지몸살을 앓고 있으니 쉬운 환경

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 블루보넷이란 들꽃이 있습니다. 이곳 텍사스의 주를 대표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모양이 꽃 청사초롱처럼 생

겼는데 수십개의 꽃잎이 수세미모양을 형성하여 멀리서 보면 하나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많은 꽃잎그룹을 이룹니다. 그꽃의 색이 너

무 고와서 마치 안쪽에 LED전구를 켜놓은 것처럼 영롱한 빛으로 보입니다. 지금 그 꽃들이 지천에 널려있으서 데로변이나 주택가주변이

나 길가며 숲속이며 없는 곳이 없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그룹으로 하나의 밝은 색을 만들어내는 들꽃의 포스가 만만치 않습니다. 가히

한 주를 대표할 만한 가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봄이 봄인 것은 겨울을 밀어내고 새생명의 힘을 부여주기 때문입니다. 들꽃들도 자신들의 시간이 오면 지체없이 자신들의 사명을 힘껏

 발휘합니다. 세상을 화려하게 하는 사명말입니다. 나무에 피는 꽃들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들판전체를 화려하게 꾸미는 힘이 그들에

게 있습니다. 참고 기다리는 인내가 가능한 것은 화려하게 다시 피어나는 생명의 회복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봄을 기뻐할 줄 알아야 여

름을 땀흘리며 가을을 경외하며 겨울을 묵상할 수 있습니다. 매일 도로만 달리는 차량행렬에만 머물던 시선을 자연으로 빼앗아 돌려준

들꽃들에게 고마움이 듭니다. 하나님이 주신 것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대지와 생명이 함께 있음을 알고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하늘을 두

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을 다 기록할 수 없다고 외친 유대시인의 고백도 이렇게 곁에 있는 아름다운 들꽃

의 발견으로 부터 시작되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