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3.  10. 14.       
                   
  래플티켓이란게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행운권추첨권입니다. 경품행사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체육대회나 송년회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의 마지막에 흥을 돋구거나 참석자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마련된 즉석추첨시상입니다. 언제부터 이런 순서가 자리를 잡았는지 모르지만 필자 기억으로는 어릴때부터 동네행사나 학교행사 지역행사때 늘 마지막 순서에는 참석자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추첨행사가 어김없이 있었습니다. 그때에는 사람들이 각자 손에 번호표를 하나씩 들고 추첨에서 자신이 가진 번호가 나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곤 했습니다. 여기에는 애나 어른이나 가리지 않고 다 같은 심정이 됩니다. 그날 나오는 상품이 무엇이냐에 따라 행사의 마지막까지 자리를 안떠나고 기다렸다가 기어이 행운권추첨순서에 참석하고 가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행사주최자의 입장에서는 열심히 준비한 행사에 많이 참석해주신 것에 대한 답례로 하기도 했고 참석자들입장에서는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수상자가 되어보는 즐거움도 있어서 이 행운권추첨순서는 단체행사때에 거의 빠지는 일이 보지 못했습니다. 필자가 본 최고의 행운권추첨 상품은 고국가는 왕복비행기표였고 대형TV나 호텔숙박권 등 보통 사람들이 침이 꿀꺽 넘어갈 만큼 대단한 상품들도 있었습니다.
 
  동포사회의 송년회나 운동회때 주로 사업하는 이들이 기증하는 상품들인데 이런 상품들이 내걸리면 참석자들도 확실히 증가하여 행사가 북적거리게 되고 또 한사람이 한장씩만 가져야 하는 표를 이리저리 줄을 대서 몇장씩 가지고 추첨을 기다리는 이들까지 나옵니다. 거기에다 그날 최고의 상품을 추첨으로 받는 사람은 한동안 사람들의 부러움과 시샘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모든 행사가 다 그렇게 고가의 상품이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소박하고 실용적인 물건들이 내걸리는 경우가 더 많지요. 필자가 기억나는 재미난 상품은 집에서 쓰던 빨간 프라스틱 바가지였는데 지금은 별로 사용하지 않지만 필자 어릴때는 집집마다  요긴하게 쓰는 물건이어서 그때는 사람들이 그것 하나만 공짜로 받아가도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집에서 쓰던 화장지나 세수비누나 설거지할때 쓰는 세제나 수세미 등 당장 집에 가면 쓸 수 있는 재미난 상품들이 행운권추첨에 즐비하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지혜로운 진행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가지씩은 공짜로 들고 집에 가도록 작지만 다양한 물건들을 상품으로 포장해서 준비하기도 합니다. 사실은 모든 이들에게 일시에 나눠줄 수도 있지만 일부로 집중력과 즐거움을 얹어 선물하려고 그렇게 추첨선물 순서를 넣는 것이지요.
 
  실제행사때에는 별로 그렇게 단상에 주목하지 않던 이들도 행운권추첨할때는 얼마나 열심히 집중하여 진행자의 말을 놓칠세라 듣는지 일사분란하기까지 합니다. 아무리 작은 행사의 행운권추첨 순서라도 번호가 뽑히는 순간에는 누구도 다른데 시선을 두는 이가 없지요. 당첨된 번호가 발표되면 오직 한사람만 환호성을 지르고 나머지는 탄식을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에 사람들은 순간 사로잡힙니다. 당첨된 사람은 그 순간 왠만한 스타부럽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잠깐이지만 온통 그 한사람에게 쏱아지는데 보통사람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인기인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비록 아주 잠깐이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이런 매력때문에 이 행운권추첨이 지금까지 반세기를 넘게 우리네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터주대감이 되어버렸나 봅니다. 선물은 거져받는 것이니 누구나 즐거운 것입니다. 그리고 오직 나혼자만 그순간 당첨이 되면 수많은 시선의 주목을 받으니 또한 기쁜 것입니다. 운동회가서도 뽑히면 그렇게 좋은데 주님나라잔치에서 행운권 당첨의 주인공이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주님이 주시는 구원이 본래 내게 맞춤으로 주시는 선물인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