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9-28 02:41
밤이 길어지기 시작할 때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3,865  

9월 30일 목회단상
 
  추석이 지난지 며칠 안되어 추분도 지났습니다. 확실히 더위도 이때를 기점으로 맥을 못추고 약해져갑니다. 머지않아 서늘한 가을이 들이닥칠 것입니다. 일교차가 삼십도를 오르내리는 극심한 온도변화로 사람들은 벌써부터 목감기를 앓기 시작합니다. 계절의 변화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필자는 이때쯤 낮보다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낍니다. 긴 낮을 보내야 했던 여름이 끝나고 이제부터는 긴 밤을 보내야 하는 겨울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추분부터 시작하여 동지까지 밤의 길이는 날이 갈수록 길어지게 되므로 나중에는 오후 다섯시만 되어도 벌써 어둠이 깔리게 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밤과 친해질 준비를 해야겠지요. 낮이 길때는 오후에 운동도 하고 야외활동도 많이 하지만 밤이 길때는 독서나 실내활동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두우면 사물을 보는 시야가 좁아집니다. 그래서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지요.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대화를 하거나 함께 요리를 하거나 함께 지내면서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가족간의 공통화제도 필요합니다. 동물들도 밤이 길어지면 동면할 준비를 하는 것처럼 사람들도 밤이 길어지면 활동을 줄이고 사색을 많이 할 준비를 해야합니다. 거기에 추운 바람이라도 불면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까지 들여다 보는 기회를 삼습니다. 그래서 더운 지방에서 보다는 추운지방에서 철학자들이 많이 나오고 사상가들이 많이 배출되는 모양입니다.

  눈으로 보는 사물이 많으면 두뇌로 사고할 일은 줄어들게 되지요. 공부하는 학생에게 지나치게 많은 볼거리는 오히려 공부를 방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열심히 책을 들여다보고 시험문제를 풀어보기 위해 씨름하려면 오늘 당장 먹을걱정 입을걱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공부하는 아이에게 오늘 해결해야할 생계문제를 고민하게 하면  당연히 책장을 덮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배우고 사색하는 일은 낮이 길어서는 안됩니다. 도리어 밤이 길어야 보탬이 됩니다. 밤새도록 학교와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는 사람이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래서 인생은 때때로 활동을 줄이고 사고능력을 늘여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분주하고 바쁘면 배우고 채우는 일은 소홀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퍼내기 바쁘고 달리기 바쁜데 한가로이 사색이나 하고 연구나 하고 있을 수 없지요. 하지만 인생을 무조건 달리기만 해서는 않될때도 있습니다. 달리던 방향에 대해 한번쯤 제대로 가고 있는지 잠깐 멈춰서 앞뒤를 살펴보는 반성의 시간도 필요합니다. 특별히 중년의 때에는 이러한 중간점검이 꼭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달려온 길은 우리가 청년의 때에 확신하고 정한 방향을 달려온 결과들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미 달성되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 방향으로 계속 남은 생애를 달리면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내 자신이 변했을 수도 있고 주변환경이 처음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어쨌거나 그만큼 수십년을 달렸으면 이제는 한번쯤 진지하게 중간점검을 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실직하거나 실연하거나 실족한 분들을 만날때 주님께서 그분들에게 인생의 밤을 주신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긴 낮을 보낸탓에 기진맥진한 인생을 잠깐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게 하시려고 허락해주신 깊은 사색의 밤입니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깊은 샘을 만나는 재충전의 밤… 조금 더 멋진 표현을 쓴다면 영혼이 깊이 쉬는 밤을 주시는 것이지요. 긴 동면의 겨울잠은 내년봄을 준비하는 생명에게는 보양식 중의 보양식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창밖이 빨리 어두워지고 땅거미가 길게 드리워지기 시작한 날에 필자는 다시한번 큰 기대를 안고 책을 펴고 독서등에 불을 밝혀봅니다. 또다시 찾아온 긴밤의 계절에 어쩌면 이전에 발견하지 못한 뜻밖의 보석을 만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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